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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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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소라
댓글 0건 조회 767회 작성일 21-02-0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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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만 사랑하는 나의 아빠

이렇게 벌써 18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18 년전 오늘도 이렇게 싸늘했던 날씨였었죠.
우리집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없으면,
베트남으로 출장간 아빠가 우리에게 연락한통 못할꺼라는
11살의 저는 아빠를 그렇게 몰랐나봅니다.
제가 메모하는 습관은 아빠를 그렇게 닮았다고 하더군요
낡은 아빠의 수첩에는 저의 휴대폰번호도 엄마의휴대폰번호도
우리집연락처도 팩스번호도 그렇게 꼼꼼하게 적혀있었는데, 여전히 적혀있는데,
눈물을 머금고 꾹꾹눌러쓴 내 메모지가 없으면 전화못할꺼라고 생각했더랬죠
11살의 제가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자켓하나 걸치지도 못하고
이렇게 싸늘한 날씨속에 아빠를 따라 나섰습니다. 얼굴에 눈물이 범벅되었는지도
미처 깨닫지도 못한채로 작전역까지 달려가던 11살의 제가
벌써 29살이되었습니다. 18 년전 제생일이 그렇게 이별로 가득했습니다.
알았나봅니다. 18 년전 제생일이 아빠를 보게될 마지막이라는것을 제가 알았나봅니다.
생일날 원없이 울던 제가, 11월 그 쓸쓸한 가을날에 눈물한방울 흘리 지않았습니다.
제생일날 모든 눈물을 다 쏟아 냈나봅니다. 우리의 이별은 그때 다했나봅니다.
여전히 여전히 기억납니다. 여전히 이렇게 생생합니다.
양복을 멀끔히 차려입은 아빠의 뒷모습이 여전히 이렇게 생생합니다.
아빠의 기일에는 눈물한방울 나지않고 그리 담담합니다.
근데 왜일까요, 제생일에는 눈물이 가득찹니다.
미처 닦아내지도 못하고 흘러내립니다.
제생일날 봤던 아빠의 뒷모습이 이리도 생생히 기억되어서 그런가봅니다.
이렇게 커가면서 아빠가 밉고 싫었던적이 있습니다.
정이라도 때려는건지 안좋은 기억만 가득 담아서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답니다.
모든 원망을 쏟아내서 그럴까요. 아니면 젊은나이에 요절해버린 아빠의 나이가 다와가서 그럴까요
더이상 할 원망도 없이, 이곳에는 그리움만 가득차있습니다.
아빠와 다시 생일 파티 할 수 있는 날이 또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빠랑 같이 촛불을 끄는 날이 또 왔으면 좋겠습니다.
케이크를 배불리 먹고 앉아있는 아빠품에 안겨 아빠 가슴팍에서 아빠 심장소리들으면서
다시 잘 수 있는 날이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빠에게나는 냄새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거리를 걷다가 그 냄새가나면 저도모르게 뒤돌아본답니다.
그곳에 없을꺼라는걸 알면서도 제갈길을 지금도 못가고 한참을 서성입니다.
아빠는 여전히 그모습 그대로겠지요. 짧은머리 까만피부 아빠는 여전히 그대로겠지요.
"아빠가 소라생일에 베트남가서 미안해"라는 말에 끝까지 땡깡이라도 피울껄 그랬습니다.
그날말고 다음날 가라고 끝까지 고집이라도 부려볼껄 그랬습니다.
왜 저는 괜찮다고 담담하게 말했을까요. 애처럼 굴껄 그랬습니다. 그럼, 아빠의 죽음도 미루어졌을까요.
보내지지않을 미처 전달되지 못할 이말들이 차고 넘치지지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18 년이라는 시간이 쌓였습니다. 하고싶은말이 너무 많습니다.
저랑 술한잔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싸늘한 날씨에 아빠가 좋아하는 참이슬 한잔 함께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날 저의 케이크에는 촛불이 가득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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